[우크라이나 여행기] 질러라! 우크라이나, 찾아라! 꽃오빠. <10> - 걷고. 걷고,걷고.


 







질러라! 우크라이나, 찾아라! 꽃오빠. <10>


- 걷고. 걷고, 걷고.










생각보다 키예프의 일정이 길어졌기에 일어나자마자 숙박연장을 했다.

성수기도 아니고 별다르게 예약이 들어와있는것도 아니기에 손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

다만 내가 예약했던 금액은 프로모션 금액이었기에 돈을 조금더 지불해야 했다.



크레샤틱 역에서 내린 뒤 원래는 맥도날드를 가려고 했다.

하지만 백화점 지하를 통해 나오니 푸드코트도 있길래 한바퀴를 쭉 돌고는 케밥집으로 결정했다.

말이 잘 통하지 않으니 먹고싶은 메뉴를 써서 주려고 한참을 메뉴판을 살펴보고 끄적이고 있었는데

종업원들이 이메뉴 저메뉴를 가르키면서 뭐라뭐라 떠든다.

아마 뭔가 도와주고 싶었던 모양인데, 괜찮다는 뜻으로 씩 웃으며 적은 것을 보여주니

나보다 어림직한 점원들은 활짝 웃더니 금방 음식을 내어준다.

고맙습니다 라는 것을 써서 보여주니 부끄러워 하면서도 더 활짝 웃는다. 귀엽다.

설탕을 두 봉지나 녹인 커피는 놀랍도록 맛이 짜증났지만 친절한 사람들 덕분에 맛나고 배부른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맛이야 뭐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그 케밥맛 ㅇㅇ










밥을 먹은 뒤 소피아 성당으로 갔지만 굳게 닫힌 문.

쉬는날이 오늘이었나 싶지만 혹시나 싶어 직원인듯한 할매와 짧은 대화를 나눴다.



[ 클로즈? ]

[ 응 ]


[ 투모로우? ]

[ 응 ]













차~암 쉽죠~잉?










닫았는데 뭐 어쩔수 있나. 근처 앤드류성당으로 걸음을 옮겼다.

입장료는 따로 없었고 분위기는 동네의 작은 교회에 온 느낌이었다.

물론 금박과 이콘, 프레스코화들은 겁나게 화려했지만.



금빛 밀랍초를 네 개나 사서 기도를 했다. 가족, 친구들, 나. 그리고 여기까지 오게 한 꽃오빠를 위해.

최대한 오래, 할수있는한 최대한 많이.

패키지관광으로 왔으면 5분만에 둘러보고 나갈 정도의 작은 규모와

특별할 것 없을지도 모르는 성당이었지만 눈에 담아두기위해,

기억하기 위해 오래오래 보고, 또 기도했다. 설탕 잔뜩 친 커피 덕인지 지치지도 않았다.

한참을 성당에서 시간을 보낸 후 산책삼아 바로 근처 공원으로 나갔다.










황금빛지붕은 멀리서도 쉽게 눈에 띄인다.













별 것 아닌데 찍어놓고 굉장히 뿌듯해했던..













앞에서 사진만 찍고 아쉽지만 돌아섰다.













..뭔가 관공서 비스무리했던것 같은데 정확한 기억은 안나는군요













소피아성당과 비슷해 보이겠지만 이것은 앤드류 성당













...대체 왜 난 이러고 사진을 찍었던가













많은 나무들 사이에 폭 하고 들어가 있다













산책나온 엄마와 아이들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 사진을 앞에서 보신 것 같다면













그건 아마 기분탓일겁니다













헤헤 ^_^













머리털 나고 생전 처음 보는 새!!! 무슨새지?? 우는건 까마구던데!!?





굴러다니는 낙엽이며 나와는 상관없는 가족들 사이에서도

나도 마치 그들의 일부인 양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한쪽에서는 뭔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한팀이 무언가를 촬영중이었다.

오디오담당인지 시다인지 모를 오빠가 미친미모이길래

[ 오늘은 여기에 자리를 깔아야겠구만 껄껄 ] 이라고 했건만





아 너무 추워!






도저히 오래 있을수는 없었다. 어떻게든 견뎌보려고 했지만

11월달부터 내복을 꺼내입는 나로써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칼바람.

몰래 사진한장만 찍고는 이를 악물고 지도를 펼쳤다.












나에게 이때 아이폰5가 있었다면 좀더 멋진 사진을..(응?)













건너편 모래톱에 내려갈수 있는것 같아 보였는데 아쉽게도 가보진 못했다













문제의 오디오 오빠














그리고 촬영팀













스카프는 성당입장용 뿐만 아니라 바람막이로도 요긴하게 쓰였다-_-;








지도와 나침반으로 방향을 잡고 우체국으로 향했다.

일단 우체국을 가보고, 시간이 남으면 체르노빌을 가자는 생각으로.

버스라던가 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할수도 있었지만 어차피 남는게 시간이니 그냥 걸었다.













계속 보수중이라 결국 키예프에 머무르는 동안 가보지 못했다.













어제와는 또다른 분위기













벤다이크 브라운을 이러케↗ 이러케↘














또 우연히 하교길 아이들을 만났다













아이들은 경계는 커녕 서로 헤헤 웃으며 인사해주기 바쁘다














어떻게 찍었냐구요? 대놓고찍었어요! 애들이 몰려들어서 귀찮긴 했지만..














헉 검은잠바입은 꼬마야 여기봐봐 여기 여기!













[ 헉 야 여자변태다 숨어숨어 ]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주전부리 사먹고 수다떨고 엄마를 기다리는 아주 낯익은 풍경들













나도 어렸을 때 비슷한 것을 많이 먹었던것같다. 잉어라던가 칼이라던가..












[ 너 표정이 왜 그래? ]

[ 몰라.. 아까부터 이상한 여자가 흐흐거리면서 쳐다보고있어.. ]













[ 흐흑.. 너무 무서워..흑..]

[ 야 울지마! 왜 울고그래 ]












[ 으아아악 더이상 참을수가 없다! ]

[ 헉 왜그래 너 어디가려고!? ]











[ 이거 놔!! 가서 저 여자 두들겨 패버리고 올꺼야! ]

[ 야 참어.. 아무리봐도 니가 질것같아.. 그냥 우리 경찰을 부르자 ]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신고당하기 전에

얼른 튀도록 합시다











이리저리 헤메고 구경하다 보니 어느 새 우체국에 당도.

맞는 번지수를 찾아 안으로 들어갔는데 뭔가 이상하다.

분위기는 굉장히 썰렁하고 규모도 상상이상으로 작았다.

중앙우체국이 이렇게 작을 리가 없는데.

살짝 당황스러운 얼굴로 헤매고 있었는데 경비할배가 다가와서 뭐라뭐라 물어본다. 오 구세주시여.



[ 할배 여기 메인오피스 아니에요? 저 편지 부치고 싶은데요 ]

[ 여기는 일하는 사람들 들어오는데고.. 나가서 왼쪽문으로 가 ]

[ 아 쓰빠 씨 바 ]




꾸벅 인사를 하니 할배가 허허 웃으며 손수 문까지 열어주며 다시한번 방향을 가르쳐준다.

코너를 도니 할배말대로 커다란 정문이 나왔고, 여느 동유럽처럼 돔형 구조의 커다란 우체국이 나왔다.

키예프의 우체국은 영어 안내까지 완벽히 갖추고 있어서 아주 편리해 보였고,

번호표를 뽑고 대기하는 시스템은 한국의 그것과도 매우 흡사해 어색함도 없었다.












입구부터 무척 화려하다












정말 무지막지하게 높았던 천장






구경삼아 일단 한바퀴를 쭉 둘러보다 하마터면 또 넋을 잃을 뻔 했지만,

다행이 오늘 온 목적을 떠올려 수첩에 몇가지를 적었다.

[ 나는 이것을 사고 싶습니다 ] 그 밑에는 우표 그림과 엽서 그림을 그려넣고 숫자도 적는다.



[ 도브로니야 (안녕하세요) ]



꾸벅 인사를 한 뒤 할매에게 수첩을 내민다. 할매는 적은 것을 살펴보더니

오 하는 소리와 함께 고개를 끄덕이고는 큰 봉투와 엽서들을 가져다준다.

원래는 파는 창구로 가서 사는게 맞는 것 같아 보였는데,

말 제대로 못하는 외국인이 안쓰러웠는지 손수 가서 챙겨온 할매.

여행을 다닐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난 참 복도 많다.



우체국 한쪽에 앉아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내 여행중 버릇이랄까 습관같은 것인데, 여행을 나가서 기념품을 사가는 것 보다는

즉석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붙여 엽서를 쓰는 것으로 선물을 대신하는 것이다.

돈도 적게 들거니와 지인들의 반응도 더 좋기 때문이다.

일례로 프라하에 있을 때 군복무중인 친구에게 편지를 부쳤었는데,

새파란 이병이 외국여자한테 편지가 왔다며 소대가 난리가 났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적이 있다.

그도 그럴것이 보내는 주소에는 현지어로 작성하고, 받는주소와 이름에는 영어로 작성했으니

겉만 봐서는 한국사람이 보냈는지 외국사람이 보냈는지 알수있을 리가 없다



성격상 같은 내용으로 여러장 쓰는 것은 못하고,

각자의 편지에 다른 감상과 다른 이야기를 써서 보냈으니 시간이 보통 많이 걸리는 것이 아니다.

장장 세시간 반에 걸쳐 한움큼의 편지를 써냈다.

창구에 가서 접수를 해야 했기에 번호표를 뽑으러 갔더니 할매는 묻지도 않고 내 손목을 잡아끌고 창구로 갔다.



아니 할머니 나 괜찮아요 시간 많아요 안바빠요 그냥 번호표 뽑고 기다려도 되는데..?



몇마디 창구할매와 이야기를 나누더니 나에게 말하는 번호표할매.



[ 아 이건 접수 하는거 아니야 ]

[ 헉 시간이 끝났어요? ]

[ 아니 봉투값에 우표값이 들어있으니까 그냥 우체통에 넣기만 하면 돼 ]



이렇게 자상할데가 있나. 뭔가 보답할게 없을까 궁리하다 한국에서 가져간 씰을 할매에게 드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건 선물이에요

할매는 내가 드린 씰을 한참이나 보더니 빙그레 웃고는 소중하게 자신의 노트안에 끼워넣었다.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시간이 많이 늦어 체르노빌은 다음으로 미루고, 봐뒀던 맛집이나 가려고 지하철로 들어갔다.

제법 피곤하여 졸음까지 밀려오려는 찰나, 어디선가 낯선 현악기의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나는쪽으로 방향을 트니 전통의상을 차려입은 노인이 길목에 앉아 악기를 연주하고 있었다.

악기 케이스에 돈은 받고 있었지만, 그건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노인은 지긋이 눈을 감은채로 연주에만 몰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꽤나 오랜 시간을 쭈그리고 앉아 연주를 감상했다.

맛집에 가겠다는 계획이라던가 피로함 같은 것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내가 말을 걸 때까지 한번도 감은 눈을 뜨지 않았다













기념사진을 촬영하자며 폐를끼침.jpg













결국 저녁은 간단하게 마끼와 볶음우동으로















[ 헤이 팍~ 오늘도 늦었네? ]



딱 마주쳤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문을 열자마자 나오려는 찰나였던 듯. 조니뎁과 또 마주쳤다.

아 너좀 그만마주치고 싶다. 근데 같은 도미토리를 쓰잖아? 안될 거야 아마..



[ 어 그래 안녕 ]

[ 잘됐다. 나 지금 술마시러 가는데 같이가자 ]

[ 안갈래 ]

[ 오 제발 같이 가자 부탁이야 응? ]

[ 피곤하고 배고파서, 안녕 ]



되지도 않는 핑계를 대고 행여나 붙잡힐새라 재빨리 안으로 들어왔다.

거실은 거의 파티분위기. 딱히 같이 끼고 싶은 생각은 없었지만,

왠지 보고있자니 목이 타는 것 같아 10그리브나를 주고 맥주한병을 받아들어 베란다로 나갔다.

한창 떠들고 있던 무리중 긴머리놈 하나가 나를 보더니 손을 흔든다.



[ 헤이~ 포켓걸~ ]









......?













니가 말하는 그 포켓걸이 내가 알고있는 포켓걸은 아닐텐데?









맥주한병을 따 벌컥벌컥 들이켰다. 한숨 돌리며 사색에 잠기려는 찰나,

흰머리 할배가 한 손에 맥주병을 쥔 채 문을 열고 들어왔다.



[ 오 안녕 크레이지 걸 하하 ]

[ ....? ]



다른방에 묵고있는 밴쿠버 할배다.

살짝 취기가 오른 밴쿠버할배는 대뜸 보자마자 크레이지 걸이라며 인사하더니 악수를 청한다.

음 할배 제가 크레이지는 맞는데요 걸은 아닐거에요 아마도.



할배와 얼마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자신은 원래 밴쿠버 출신이고 지금은 모스크바에 살고 있다는 등,

올해 다시 밴쿠버로 돌아간다는 등, 여행중이라 다 좋은데 컴퓨터를 못하는게 괴롭다는등.



[ 헤헤 난 아이폰 있어서 괜찮은데. 헤헤 ]

[ 니 아이폰은 하드가 열라 작잖아. 내 컴퓨터 하드 용량은 무지막지 하단말야 ]



여러 가지 이야기. 거의 할배가 이야기했고 나는 적당히 맞장구쳐주면서 듣는 역할이었다.

그래서 자기는 영어랑 러시아어 둘다 잘한다며 굉장히 뿌듯해했다.



[ 너 좀 유명하다고 여기에서 ]

[ 에 정말요? 왜? ]

[ 영어도 못하고 러시아어도 못하는데 우크라이나에 혼자 여행왔다고. 정말 대단해

나는 러시아어 영어 둘다 잘하는데도 여행다니무서운데. 어렵진 않니 ]

[ 아 괜찮아요. 난 아이폰 가지고 있잖아요 헤헤 ]

[ 응 그래 근데 내가 니 영어를 좀 고쳐줘도 될까?]

[ 엥? 또 뭐를 ]

[ 자 따라해봐 해~ㅂ ]

[해브?]

[ 노노 혀를 좀더 목구멍쪽으로 밀어넣어 해~ㅍ]

[해앺?]

[ 아냐 좀더 늘리고 끌어야지 ]

[ 해애~앱으.]

[ 아냐아냐 끝에서 이로 봐바 이렇게 아랫입술을 치면서 !#)(*! ]









그렇게 난 긴머리놈이 

할배를 데리러 올때까지 


삼십분동안 

have의 발음교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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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박 | 2013/11/16 04:48 | 우크라이나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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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삼별초 at 2013/11/16 07:54
역시 영어는 원어민에게 배워야 되죠(?)
근데 우짜다가 포켓걸이 되셨데요;;;
Commented by 천하공군 at 2019/05/24 18:22
앗, 저도 외국가면 우체국 꼭 들러 엽서랑 우표사는데... 반갑네요.^^
외국에서 보낸 정성이 담긴 엽서 선물, 감동이라며 좋아하는 분도 있지만 이거 왜 보냈냐? 하는 감정 메마른 사람이 많네요.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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