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24일
[동경노잉] 시부야 겉핥기
12월 초 어느날 시부야로 가기위해 아침부터 부산스러웠다.
일본에 아주 큰 목적중 하나인 [ SMAP 팬클럽 가입 ] 을 하기 위해서이다.
우체국에서 입금을 하거나 아니면 직접 방문해서 가입하는 방법 두가지가 있는데,
그래도 일본까지 왔는데 시부야 패밀리클럽은 한번 가보는것이 으!리!
크리스마스 메시지도 보고와야하고
.......라고 언니들이 말함ㅇㅇ
난 그냥 우체국에서 입금하려고 했음
음 팬클럽 우체국 입금이냐고요? 응답하라 1997 아니냐고요 21세기에?
여긴 그냥 그래요. 받아들이세요.
통장 체크카드 받는데 2주 걸린다고요.

뭐 어쨌든 출발
우연찮게 발견한 자전거가게에서 구입한 5300엔짜리 중고자전거.
등록비에 체인까지 했는데도 7천엔이 안되는 놀라운 가격.
비록 중고자전거지만 불도 번쩍번쩍 들어오고 아주 잘 굴러간다.
집 근처 전철역에서 타도 시부야까지 갈 수는 있지만
중간에 어차피 다른 회사 지하철로 갈아타야 하기 때문에,
아사쿠사까지 일단 자전가를 타고 간뒤 긴자라인을 타고 시부야로 이동하기로 계획했다.

우연히 마주친 야구대회
일본에 오면서 꼭 하자고 작성한 목록이 몇가지 있는데,
부끄럽지만 그중에 하나가 [팩소주 빨면서 외야에서 야구보기] 였다.
팩소주도 없고 어른들의 리그도 아니고, 한자바보라 연습경기인지 뭔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바쁠것 없으니 천천히 구경했다.

무슨 대회인건 알겠는데 뭔대회인지는 모르겠음

곤색모자 팀이 꽤나 고전했다
얼마쯤을 구경하니 대충 경기가 끝났고, 다시금 지하철역을 향해 페달을 밟았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았는데도 또다시 흥미로운 광경으로 인해
자전거를 멈출 수 밖에 없었다.
날 좋은 일요일 오후의 도쿄는 재밌는 구경거리가 많았다.
그것이 아주 작은 동네라도.

오렌지색 잠바를 입은 사람들과 꼬깔콘이 잔뜩

모 초등학교 달리기 대회(추정)

예이! 힘내라!

나도 누구의 가족인냥 "간바레~" 하고 응원했다
아이들은 배번호 등번호 뿐만 아니라 다들 뭔가를 하나씩 메고있었다.
뭔가 미션달리기라던가 보물찾기 달리기처럼
보통 달리기는 아닐꺼란 생각이 들었지만,
왠지 부끄럽기도 하고 진행요원들 바쁜데 방해하는건 아닐까 싶어
차마 물어보진 못했다.

내가 지켜본게 중간부터였을텐데도 꽤나 많은 아이들을 만났다

..미안 누나가 일부러 그런건 아냐. 그냥 셔터를 누르다 보니 이렇게 되었을뿐

?? 넌 경로이탈 아니니??
그렇게 마지막 주자까지 만나고 현장 정리가 끝나서야 나도 자리를 옮겼다.
카메라를 들고 연신 셔터를 누르는 내 모습이
거기 있는 다른 엄마들 같아 보였는지 별다른 제지라던가 주목을 끄는것도 아니어서
편하게 구경할수 있었다.
그렇게 조금 더 자전거를 타고 나니 아사쿠사역에 도착했고,
지하 자전거 보관소에 동전 몇개를 내고 자전거를 맡긴 후 긴자선을 타고 시부야로 향했다.

파출소 기준 오른쪽 다리쪽으로 건너가 왼편에 있습니다

시부야 도착
롯폰기에 갔을때도 사람이 많다고 느꼈는데,
그것보다 배는 되보이는 인파였다. 물론 주말이라서 그런건지는 몰라도.

시부야 한복판에서 만난 샤이니
좋은건지 나쁜건지 일본 어디를 가도 그렇게 신기하다거나 색다른 기분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각종 드라마나 예능프로그램으로 많이 접했다는 이유도 있겠지만서도,
이상하게도 어딜가든 강남이라던가 명동에 있는듯한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고
그것은 시부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뭐 어쨌든 목표지점에 도달
쟈니스의 위상과는 어울리지 않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구석진 골목에
아주 작게 자리잡고 있는 쟈니스 패밀리클럽
그나마 줄서있던 사람들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까딱하면 지나칠뻔했다.
전국각지. 아니, 아시아 각지에서 온 사람들로 길게 줄이 늘어서 있었으며
내부에 계산대로 보이는 곳은 서너군데 정도 있으나
내가 갔을때는 단 한명의 여직원이 모든 일을 처리하고 있었기에
줄이 줄어드는 속도가 무척 더뎠다.
한국 같았으면 절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어쨌든 여기는 일본이니까.
내가 주말에 가서 한명뿐이었을수도 있을 거라 생각해본다.
어쨋든 평일에는 직원이 좀 더 많겠지.

스맙이라던가 아라시 등 쟈니스 연예인들의 친필 메시지를 볼 수 있다

친필싸인이 들어간 CD라던가

여러가지 물건들을 전시 하고 있다.

풋풋하던 시절의 김오빠
팬들이야 익히 잘 알고 있으니 별 특별할 건 없지만 서도,
일반인의 기준에서 본다면 약간 실망스러울정도의 작은 공간
그 안에서 전시물들을 살펴보며 사진을 찍는다거나
여기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영상을 관람하는 사람들로 인해
그 작은 공간이 더 좁게 느껴졌다.
한참을 그렇게 지루하게 기다려 드디어 내차례가 되었고
팬클럽에 가입하고 싶다고 말하면 몇가지 심문(?)에 들어간다.
1. 어느 아티스트의 팬클럽에 들것인가
2. 좋아하는 멤버는 누구인가
3. 신분증을 보여줄수 있는가 - 나같은 경우는 외국인이기 때문에 재류카드를 보여줬다. 아마 이름 및 주소확인때문에 그런듯.
4. (외국인한정) 일본에 없는 한자일 경우 써놓은 후리가나로 등록해도 되는가
여직원이 주는 종이를 작성하고 몇가지 질문들에 대답을 하면 또 한참이나 기다려야 된다.
회원카드도 나중에 집으로 우편으로 보내주면서
뭔 은행에서 체크카드 이름 손으로 한땀한땀 파서 주는것마냥 시간이 걸리는겨.

퀘스트_보상템.jpg
회원카드는 1개월 안으로 우편발송된다는 말과 함께 받은 영수증.
입회비 1,000엔 + 연회비 4,000엔으로 무척 비싸다.
그리고 저 종이는 나중에 방청하러갈때 필요하니 버리지 말고 잘 보관하여야 한다.

연말 특별 메시지가 있던 자리는 가려져 있다

가려진 이유는 대략 이러함
간단하게 설명을 하자면,
쟈니스 모 그룹의 팬들이 샵에 전시해놓은 사진을 촬영해서 옥션에서 판매를 했는데,
당연하게도 그건 회사에 발각이되었고,
결국 회원전용 사이트에서만 관람이 가능한 상태가 되었다.
누군진 몰라도 나한테 걸리지 마라
아침에 네발 점심에 네발
저녁에도 네발로 기어가게 만들랑게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그래도 다행이 해가 벌겋게 떠있을때 다 끝났다.
딱히 관광을 한다던가 구경할 만한 게 있던건 아닌지라
그냥 평소에 한번 가보고 싶었던 애플스토어를 갔다.

신난 덕후의 인증샷

물 반 고기 ㅂ.. 아니 손님 반 직원 반
나름 3gs부터 시작한 애플의 충실한 이용자긴 하지만 거의 촌년이나 다름없던 나에게
처음 가본 애플스토어는 그야말로 입이 딱 벌어지고도 남을만한 광경이었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 곳
5s랑 5c를 좀 만지작 거리긴 했지만
대체적으로 직원들이 응대하는 모습이라던가 방문한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하는데
더 오랜 시간을 할애했다.
거의 손님과 1:1대응이 가능할만큼 많은 직원들도 놀라웠지만
흑인 백인 인도인 중국인 일본인 등
다양한 국적의 직원들 또한 새삼 감탄스러웠다.
그야말로 [어느나라] [누가] 오던간에 충분히 원하는 케어를 받을 수 있을법한 그 환경이 부러웠다.
우리나라요?
우리나라는 뭐..
있지도 않거니와 들어온다고 해도. 글쎄...

우리나라 보이는 라디오 같은 스튜디오인듯
목표였던 쟈니스 패밀리클럽도 갔고,
가보고 싶었던 애플스토어에도 발도장을 찍고
시간이 남아 지하부터 꼭대기층까지 도큐핸즈도 발바닥 터지도록 둘러보고나니
날도 어둑어둑해져 가거니와, 딱히 쇼핑할것도 없어
더이상 시부야에 볼일이 남아있지 않았다.
다음에 또 올일이 있을까 생각하며 그렇게 시부야에서의 시간을 마무리했다.

...대체 이런건 왜 파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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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13/12/24 03:38 | 東京老剩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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