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07월 09일
[동경노잉] 어느 날, 스미다강의 밤.
매일같이 사진은 꾸준히 찍고 있다.
사진을 찍으면서, 머릿속으로는 이 사진에 담긴 이야기를 어떻게 전해야 겠다, 하며
팽팽. 머릿속은 팽팽 돌고있다.
하지만 고질병, 지병. 게으름.
열 세시간동안 산자마쯔리를 쫒아다니기도 하고, 더군다나 지금은 한여름.
그동안 찍은 사진들과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내야 할 지 첩첩산중.
하나씩 부지런히.
언젠간 다 쓸 수 있겠지.

벚꽃이 한참 피던 어느 날.

자전거를 끌고 나가 벚꽃구경을 했다.
스미다 강변을 따라 흐드러지게 핀 벚꽃은, 사실 꽤나 이름 있는 모양이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지나치는, 스미다강은 나에게 그저 일상일 뿐이라
딱히 사람들 사이에 섞이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다만 이 날은, 배가 몹시 고파서 노점이라도 찾으려 돌아다녔던.

술, 벚꽃, 그리고 강. 바람.

스카이트리와 벚꽃
비록 내가 47도도부현을 전부 가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벚꽃시기만큼은 제법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고 생각했는데
어딜가나 똑같은 벚나무, 벚꽃.
나중에 어디선가 들은 바로는,
메이지때 죄다 품종개량을 해 버린터라
일본 전국토의 9할정도가 같은 품종이더라.. 하는 이야기.

아사히빌딩, 스카이트리를 한번에 담을 수 있는 자리.


새삼 스카이트리가 예뻐보인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 턱이 없다
다들 저마나 나무밑에 자리를 깔고 앉아서
술 마시고 먹을것 냠냠 하면서 놀고 있는 모습들.
이게 인터넷이나 만화책에서만 보던 일본의 꽃놀이 문화구나 라는걸 새삼스럽게 느꼈다.

출사 나온 분들도 많았다
. 
어디선가 부터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
작은 구경거리를 발견했다
대충 어림짐작으로 때려맞춰보건데, 그네들식 사자탈 놀이인듯 싶었다.
큰 북이며 작은 북이며 피리며. 이런저런 악기소리와 노래소리로 제법 흥겨워졌다.

무언가 복을 빌어 주었던가. 잘 알아들을 수 없었다.

사자탈 속 주인공은 무려 연세 지긋하신 어르신.
내가 가까이서 사진을 찍기 시작한것이
사자춤이 한판 끝나고 스미다강 벚꽃이 좋다며 칭찬을 늘어놓을때 즈음이었는데,
커다란 탈을 벗은 사람은 놀랍게도 제법 연세가 있어 뵈이는 어르신이었다.
그 엄청나게 격렬한 춤사위에 당연히 젊은친구일거라고만 생각했는데.

꽃 많이 보시고 내일도 오시고 내년에도 오시라던

다시 사자는 춤춘다

마치 잡아먹을듯한 기세로 사람들에게 달려들었다
북치는 소리가 시끄러워 잘 듣진 못했는데,
아무래도 사자가 머리를 깨물면 복이 온다던가 하는 좋은일이 있는 모양이었다.

너도 들이밀고

나도 들이밀고

친구도 들이밀게 한 뒤 사진도 찍어주고.

피리부는 사나이.jpg

혹여나 도시락을 뺏길새라 뒤에서 구경만 하던 아저씨

그들과 함께 강변을 걸었다
가다가 멈춰서 춤 한판 추고
또 그대로 가다가 멈춰서 사람들 머리 한번씩 깨물어 주고.
구경꾼들도 흥에겨워 그 뒤를 쫒으니
마치 작은 퍼레이드 같은 느낌도 들었다.

멈춰 선 사자
예쁜 옷 입은 여자와 검은 옷 입은 여자가 무언가 대화를 주고받더니
예쁜 옷을 입은 여자가 "xx사마~" 하며 사자를 불러세웠다.
xx사마라는 이름이 저 사자이름인지, 아니면 사자역할을 하는 어르신 성함인지는 모르겠다만.

알고보니 시주를 하고 싶었던 모양. 사자 입에 천엔을 넣어주는 여자.

사자가 냠냠냠냠 하고 천엔을 먹어버렸다.

환한 웃음이 보기 좋았다.
늦은시간에 힘들고 지칠법도 하건만, 그들은 연신 웃는얼굴로 사람들을 대했다.
스미다 강의 벚꽃은 정말 최고이니,
내일도 보러오고 내년에도 또 보러오는 말을 연신 하면서.

그리고 그들은 또 다른곳으로 옮겨간다.
이제 생각해 보니 저 여자아이는 참으로 어려보였다.
몇살정도 됐냐고 물어봐볼걸. 이제와서는.

노랫소리 웃음소리를 뒤로하고 다시 자전거 페달을 밟는다


꽃 필적에는 아무렇게나 찍어도 사진이 잘나온다.

벚꽃핀 밤, 벚꽃색 스카이트리

봄날에 내린 눈

그 어떤 미사여구를 붙이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답다

집에 돌아가는 길이 외롭지 않았다
# by | 2014/07/09 16:14 | 東京老剩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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